사드 대란’과 더불어민주당의 선택 /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더미래연구소의 두번째  IF COMMENT  ‘사드 대란’과 더불어민주당의 선택이 나왔습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사드대란에 관한 코멘트입니다.

1. 문제제기

“문제는 커졌는데 실력 쌓기에 소홀해온 10년, 이 사이에 먹고 사는 문제는 죽고 사는 문제와 유착되었다. 정권이 바뀌면 달라질까? 이 책이 타산지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픽션 <웰조선>이 실현되길 기원하면서.”

졸저 <말과 칼> ‘웰조선’편의 자서(自序)이다. 여기서 “문제”는 북핵을 포함한 한반도 문제를 일컫고, “실력 쌓기에 소홀했던” 당사자는 야권을 의미한다. “먹고 사는 문제와 죽고 사는 문제가 유착되었다”는 건 주로 사드를 염두에 둔 표현이었다.

야권이 대선을 1년여 앞둔 시점에 그 기량과 실력을 평가해볼 수 있는 시험대에 올랐다. 한미동맹이 사드 배치를 기습적으로 발표하면서 말이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사드는 단순히 하나의 무기체계가 아니다. 한국의 안보는 물론이고 경제, 외교, 통일 등 국가전략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이와 관련해 한민구 국방장관은 7월 12일 “우리가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사드는 일개 포병 중대”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근거로 “내부 법적 검토를 통해 국회 동의 등 절차는 전혀 필요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대수롭지 않은 문제로 호들갑을 떨지 말라는 투다.

나는 사드가 단순히 하나의 무기체계가 아니라 국가전략 차원의 중차대한 문제라는 점을 누차 강조해왔다. 중국과 러시아는 사드 배치를 “전략적 균형”을 와해시킬 수 있는 사안으로 여기고 있다. 사드 반대론자들이니까 그렇다고 치자. 그렇다면 사드 배치의 주체이자 통제권을 갖고 있는 미국 국방부의 입장은 무엇일까? 2014년 9월에 있었던 로버트 워크 당시 국방부 부장관의 말을 들어보자. 그는 그해 8월 말 한국을 방문해 사드 문제를 협의하고 워싱턴으로 돌아가 이 문제로 연설한 인물이다.

“사드는 전략 자산(strategic assets)이다. 이걸 한국으로 이동 배치하는 것은 매우, 매우 중요한 국가적 수준의 결정이다.”

워크는 그러면서 펜타곤 수준이 아니라 “대통령 수준”의 결정이 있어야 사드 배치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입장은 최근에도 거듭 확인된다. 미국 국무부는 6월 28일부터 7월 7일까지 있었던 프랭크 로즈 차관의 일본-한국-중국 순방의 목적이 “전략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해보면 “전략적 문제”란 바로 사드로, 로즈의 방한과 사드 결정 사이의 관계를 밝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7월 8일 한미 양국의 사드 배치 발표 직후, 제2, 제3 야당인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국회 동의’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런데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알쏭달쏭한 얘기만 늘어놓고 있다. 김종인 대표는 사드 발표 직후 “사드 배치에 반대하지 않는다. 단 국민에게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보실은 “더불어민주당은 실익 있는 사드 배치라면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까지 내놓았다.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비판이 빗발치자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절차적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면서 ‘국회와의 협의’ 및 ‘국민적 합의’를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조차도 애매모호하다. 국회와의 협의가 국민의당 및 정의당이 요구하는 ‘국회 비준 동의’를 의미하는 것인지, 국민적 합의의 방식이 여론조사를 하자는 것인지, 국민투표를 하자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또한 개별 의원들 사이에선 의견이 엇갈린다. 좋게 말하면 ‘당내 민주주의’겠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자중지란’에 가깝다.

기실 이런 모습은 예견된 것이었다. 여권과 보수 언론의 종북 공세를 의식해 통일외교안보 문제에 관한 더민주의 ‘우클릭’이 지난 수년 동안 이뤄져왔다. 공천 과정에선 통일외교안보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은 찬밥 신세였고, 상임위에선 외교통일위원회와 국방위원회가 가장 기피하는 위원회로 전락했다. 사드 대응 과정도 한심했다. 사드 발표는 기습적이었지만, 그 사전 징후는 충분히 있었다. 이 문제가 공론화된 지 3년 가까이 지났고, 이 시간이면 공부하고 토론하면서 당론을 정할 수 있는 여력은 충분히 있었다. 그런데 외면했었다. 더민주의 우왕좌왕은 정부의 기습 발표 탓도 있지만, 그만큼 준비도 안했고 실력도 부족한 탓도 크다. 그 결정판은 “실익 있는 사드 배치라면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책임 있는 공당이라면 그 실익이 무엇인지 밝히고 지지자들을 설득했어야 했다. 그런데 더민주의 눈에도 실익이 잘 안보였다. 북한의 사드 회피 수단은 얼마든지 있고,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은 생각보다 컸으며, 지지자들의 비판도 매서웠던 것이다. 경제적 불안감과 사드 부지 후보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거셌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 

2. 더불어민주당 내 사드 찬성 혹은 신중론에 대하여

사드 논란과 더민주의 입장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7월 12일에는 ‘사드 관련 의원간담회’가 있었다. “많은 분들은 당론으로 반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는 뉴스도 접했다. 하지만 “(사드 반대 당론 결정에) 전술적으로 전략적으로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신 분들도 있었다”고 한다. 대변인 브리핑에 따르면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신중론은) 미국과의 관계, 향후 수권세력으로서 국가경영 문제, 집권이후의 문제 등을 염두하여 전술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사드 배치 결정과정에서 나타난 밀실성, 졸속성, 국민동의 부재, 주변 강국과의 관계 등에 대한 보완책을 끊임없이 요구하며 국민들의 입장에서 활동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의견에 따르면 현 시점에서 사드에 대한 입장을 당론으로 정하는 것이 전략적으로도 정무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브리핑-

그러면서 당내 사드 관련 기구 필요성 검토, 국회차원의 심도 깊은 논의를 위한 별도의 절차 등을 고민해 “빠른 시간 내에 국민 여러분께 보고 드리겠다”고 했다. 아래에선 주로 더민주 내 사드 찬성 내지 신중론의 근거에 대한 비판적 검토와 대안적 접근을 다뤄보기로 한다.

첫째, ‘사드 대란’은 일시적으로 지나갈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언론에선 ‘후폭풍’이라는 표현을 즐겨 쓰지만, 내가 보기엔 ‘빙하기’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사드 결정이 철회되지 않으면, 그래서 기어코 이 땅에 사드가 들어오면 ‘해빙기’도 불가능하다.. 우선 평택미군기지 확장, 강정마을 해군기지 등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드 부지 주민과 중앙 정부 사이의 극심한 갈등이 지속될 것이다. 또한 사드 발표와 내년 하반기로 예정된 실제 배치까지의 1년여의 시간 동안, 중국과 러시아는 한미 양국의 결정을 번복시키기 위해 다양하고도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할 것이다.

그런데 이때만 참는다고 곧 지나갈 문제도 아니다. 기어코 사드가 한국에 배치되면 중국과 러시아는 외교적·경제적 압박에 더해 군사적·전략적 대응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사드 부대를 겨냥한 미사일 부대 배치, 중-러 간의 전략 무기 협력 본격화, 동아시아 세력 균형 유지 차원에서 북한 핵 보유 사실상 묵인 및 북-중-러 군사 협력 관계 복원 등이 이에 해당된다. 한국 내 사드 배치는 우리를 ‘지정학적 감옥’으로 인도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해온 까닭이기도 하다. 위기의 장기화, 고착화는 사드의 무서운 ‘증식’ 능력에서도 비롯된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세이의 법칙’처럼 사드를 비롯한 MD는 끊임없이 수요를 창출하고 그래서 강화·확대된다. 가령 이번에 배치키로 한 사드 포대가 수도권을 방어 대상에 포함시키지 못하면서, 한미 군 당국과 일부 언론은 제2의 사드 포대 도입이나 패트리어트의 증강, 심지어는 이지스함에 장착하는 SM-3 미사일의 도입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펜타곤과 록히드마틴은 기존 사드보다 빠르고 멀리 날아가는 ‘확장형 사드(THAAD-ER)’ 개발에도 착수한 상황이다.

또 최근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 시험 발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북한은 사드를 비롯한 MD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투발 수단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아울러 사드가 배치되면 전략적 균형이 무너질 것이라고 간주하는 중국과 러시아도 한국에 대한 군사적 대응책을 강구할 것이다. 이는 곧 MD 확대·강화의 군사적 빌미가 되고 만다. 한마디로 한국은 ‘MD의 늪’으로 계속 빠져들 공산이 크다.

둘째, 더민주는 ‘전략적 모호성’을 지키고 싶겠지만, 이미 그 단계는 지났다는 것도 깨달아야 한다.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면,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어정쩡한 입장은 보수 언론에겐 ‘좋은 먹잇감’이 되고 상당수 지지자들에겐 ‘실망의 근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그리고 사드 배치가 임박해질수록, 그리고 더민주의 우왕좌왕이 지속될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다. 특히 대선이 다가올수록 정부 여당과 보수언론의 더민주에 대한 공세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야권 연대를 요격하는 정치적 무기로도 활용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반면교사로 삼길 바란다.

셋째, 사드 문제 해결 없는 ‘경제민주화’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제와 안보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지정학적 위기와 지경학적 기회가 공존하는 한국의 입장에선 더욱 그렇다. 또한 ‘경제는 진보로, 안보는 보수로’라는 식으로 퉁치고 넘어갈 문제도 아니다. 이건 ‘이념’의 문제라기보다는 경제와 안보를 통합해 민생과 안보를 증진시킬 수 있는 국가전략을 만들어내고 실행할 수 있느냐는 ‘실력’의 문제이다. 더민주는 사드 발표로 경제적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는 현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넷째, 사드 배치 발표를 재검토하거나 철회하면 한미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더민주 일각과 일부 국민들 사이에게 제기되고 있다. ‘중국 보복론’처럼 미국으로부터 보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말이다. 하지만 이건 크게 걱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중국의 사드 반대 입장과 미국의 사드 추진 입장의 경중의 차이가 크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까지 나서서 여러 차례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만큼 사활적인 문제로 간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한테 사드 배치는 사활적인 문제라기 보기 어렵다. 또한 양국의 여론에도 큰 차이가 있다. 중국 언론은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상당수 국민들이 이 문제를 알고 있고, 그래서 강력한 대응을 주문한다. 반면 미국 언론에선 단신으로 취급되고 있고 그래서 사드 배치를 철회하거나 재검토한다고 해서 미국 국민들이 격앙된 반응을 보일 가능성은 전무하다.

한미동맹에도 별 지장을 주지 못한다. 동맹 강화론을 주창해온 오바마 행정부와 힐러리 클린턴 캠프가 한국 내 사드 배치가 철회되거나 유보된다고 해서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는 조치를 취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럴 경우 동맹 회의론을 품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를 돕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아울러 미국이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접어들었고 오바마 행정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한국이 사드 배치 철회나 재검토를 요구한다고 해서 이를 문제 삼을 수 있는 정치적, 시간적 여력도 거의 없다.

오히려 미국의 차기 정부가 사드 배치를 재검토할 가능성도 있다. ‘돈’을 중시하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 예산으로 구입한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는 걸 추인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한국 돈으로 사 가라’면서 말이다. 클린턴이 되더라도 그대로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다. 임기 말에 있는 오바마 행정부는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대응에 크게 개의치 않고 있지만, 임기를 시작해야 할 클린턴의 입장에선 사드 배치가 초래할 ‘사실상의 중러 동맹’ 출현이 크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부시 행정부 때 합의되었던 폴란드에 지상요격체제(GBI) 배치를 철회하고 러시아와의 관계 재설정(reset)을 시도했던 사례도 있다.

3. 더불어민주당에 바란다

지금 많은 국민들은 더불어민주당이 ‘사드 대란’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왕좌왕 할수록 더민주가 ‘사드 덫’에 걸려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앞서 언급했다. 하여 제1 야당으로서의 존재감과 수권 정당으로서의 실력, 그리고 집권시 ‘다른 미래’를 열 수 있다는 미래 비전은 사드 대란을 얼마나 슬기롭게 풀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절차적인 문제는 더민주에서도 제기하고 있는 만큼 큰 틀의 접근법만 언급해보기로 한다.

먼저 중국과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을 무마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사드 배치 발표 철회가 최선이지만, 이게 당장 어렵다면 차선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미국 정부에게 ‘사드 시스템이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법적 구속력을 갖춘 문서로 제시하는 방안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사드를 둘러싼 미국 대 중-러 협력체제의 갈등이 격화될수록 최대 피해자는 한국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는 당연한 요구이기도 하다. 동시에 박근혜 정부에겐 미-중, 미-러 간 협상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사드 배치를 유보하자고 요구해야 할 것이다.

참고로 러시아는 미국 주도의 유럽 MD가 자신을 겨냥하지 않겠다는 걸 법적 구속력을 갖춘 문서로 요구한 바 있고, 미국은 이를 거절했다. 이에 따라 사드가 중국 및 러시아를 겨냥하지 않는다는 법적인 보장 요구를 미국이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사드가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라는 의구심이 증폭될 수 있고, 이는 사드 배치 연기 및 재검토의 유력한 근거가 될 수 있다.

아울러 ‘사드 배치 반대’, 혹은 최소한 ‘연기와 재검토’를 당론으로 정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그리고 국민의당 및 정의당과 함께 야권 연대에 나서야 한다. 제1 야당이 입장을 정하지 못하면, 국회 동의는 더욱 어려워진다. 그리고 정부 여당이 끝내 국회 동의 없이 밀어붙이면, 야권 대선 공약으로 사드 배치 철회 내지 재검토를 내걸어야 한다. 사드는 야권 분열이 아니라 야권 연대의 근거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구체적으로는 ‘사드 검증 및 재검토를 위한 야3당 특위’를 구성했으면 한다. 그래서 사드의 실효성, 배치 결정 및 부지 선정의 절차적 문제,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 이유에 대한 면밀한 분석, 사드 배치 강행시 예상되는 문제들, 경제에 미치는 영향, 사드 배치의 대안 등을 제시해야할 것이다.